서울 근교에서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로 포천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명성산 억새꽃축제와 명성산 등산을 중심으로 가을 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1. 억새꽃축제
'제28회 포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가 10월 17일(금)부터 19일(일)까지 산정호수와 명성산 일대에서 열립니다. 해발 923m의 명성산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으로, 가을이면 약 15만㎡ 규모의 억새밭이 은빛 물결을 이루며, 맑은 물과 병풍과도 같은 산세를 지닌 산정호수는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포천의 대표 명소입니다. 특히 올해 축제는 산정호수 축조 100주년을 맞아 야간 프로그램이 대폭 강화되었다고 해서 기대를 모읍니다. 하이라이트는 17~18일 밤에 산정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대형 수상 퍼포먼스인데, 불꽃 연출과 수상 오브제, 무용 퍼포먼스가 호수의 역사이야기와 결합해서 물·빛·소리가 어우러지는 장엄한 장면을 만들어낼 예정입니다. 그 외에도 야간 프로그램으로 무소음 DJ 파티(사일런트 디스코), 야간 조형물 전시, 유등 전시가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리게 됩니다. 낮에도 이색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작은 말타기, 1년 후에 받는 편지, 억새 소원길과 놀이터, 캘리그라피 체험, 포토존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체험들이 진행됩니다. 명성산 억새 군락지와 등산로에서는 버스킹도 열립니다. 개막식은 17일 18시 산정호수 조각공원에서 열리며 포크 콘서트(여행스케치)와 개막 세레모니, 축하공연이 진행되고, 18일에는 마인드유(구 어쿠루브), 19일에는 가수 김성준이 무대에 오릅니다. 또한 포천시립민속예술단과 지역 예술인 공연도 함께하여 축제의 밀도를 높이게 됩니다. 이렇듯 산정호수 100주년을 맞이해서 더욱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재미있는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정체 시간을 피해 조금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에서 주차하고 이동하는 등의 시간을 예상해서 여유롭게 계획을 세우면 축제와 불꽃퍼포먼스, 억새를 하루에 알차게 즐길 수 있겠습니다.
2. 명성산 등반
명성산은 광주산맥의 한 봉우리로 포천과 철원의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산정호수를 중심으로 북쪽에는 명성산, 서쪽에는 망무봉, 남쪽에는 관음산·망봉산, 동쪽에는 여우봉이 자리하여 둘레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후삼국 시기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명성산으로 피신하였으나 끝내 피살된 곳이라고 합니다. 그의 통곡하는 소리에 산도 울었다 하여 울 “명(鳴)”, 소리 “성(聲)”의 명성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울음산’이라는 별칭도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등산 코스는 상동 주차장→비선폭포→등룡폭포→명성산 억새 바람길→삼각봉→정상→궁예봉 앞→송암자연공원→산안고개→상동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약 5시간 루트입니다. 초입에는 100m 남짓 지압로가 있어 하산 후 발을 식히기 좋습니다. 오른쪽으로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오르면 비선폭포가 나타나고, 한층 깊어지면 2단으로 떨어지는 등룡폭포가 웅장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군부대 철책을 지나 억새 바람길 게이트를 통과하면 광활한 억새 군락과 데크 계단, 쉼터, 포토존이 이어져 가족 산책에도 어울립니다. 능선의 팔각정에 서면 햇빛 머금은 억새가 산등성이를 따라 끝없이 반짝이며, 삼각봉과 정상 구간에서는 밧줄과 암릉이 섞여 미끄럼 주의가 필요합니다. 날씨가 맑으면 철원과 포천의 모습이 넓게 시야에 잡히고, 운무가 끼는 날에는 억새 너머로 호수가 비치는 몽환적인 장면이 펼쳐집니다. 날씨마다 계절마다 다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하산은 궁예봉 앞 분기점에서 이정표를 따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산정호수 국민관광지 구역에는 조각공원, 호수 산책로, 주차장과 매점, 숙박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산행 전후로 쉬어가기에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억새 전망대까지만 다녀오는 2~3시간짜리 하프 코스를 추천합니다. 팔각정과 능선 데크, 유등 라인 등 인기가 많은 포토존에서 가족과 추억의 사진을 남겨보면 좋겠습니다.
3. 산정공화국패밀리런
축제가 끝나더라도 포천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산정공화국 패밀리런'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포천문화관광재단은 경기관광공사의 ‘2025 경기도 융복합 관광콘텐츠 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축제 이후에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정호수 일대에서 10월 1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산정미션런, 생존 어드벤처, 취재 투어, 포토스토리, 사회가치경영(ESG) 스토리텔링 공연 등 5개의 체험 콘텐츠 입니다. 패밀리런은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라 가족이 한 팀이 되어 호수와 둘레길을 누비며 위의 다섯 가지 체험 미션을 완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산정미션런에서는 포인트별 미션을 해결하며 코스를 완주하고, 생존 어드벤처에서는 간단한 야외 생존 및 안전 스킬을 게임처럼 익힐 수 있습니다. 취재 투어는 호수와 명성산의 역사·전설·축제 현장을 직접 기록해보는 프로그램이며, 포토스토리에서는 가족의 하루를 스토리보드처럼 구성하여 추억을 남깁니다. ESG 스토리텔링 공연은 산정호수 100년을 기념해 자연·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메시지를 공연 형식으로 풀어낸 공연입니다. 패밀리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움직이고 배우고 기록하는 체험으로 하루를 풍성히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올 가을엔 포천으로 떠나보면 어떨까요. 명성산과 산정호수의 변치 않는 자연의 모습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궁예의 삶을 겹쳐보는 역사적 의미도 되새기면서, 색다른 재미의 축제도 즐겨 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