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세기를 살아왔습니다. 시간은 나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브램 스토커가 1897년에 쓴 이 고딕 소설은 뱀파이어 장르의 원조입니다.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불멸의 백작이 런던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용감한 남자들이 그를 추적해 파괴하는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수많은 변형이 탄생했습니다. 영화의 경우 대표적인 몇 가지 버전이 뱀파이어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1931년 벨라 루고시의 충격적인 괴물, 1958년 크리스토퍼 리의 섹슈얼한 포식자, 1992년 게리 올드만의 비극적 연인,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트와일라잇과 뱀파이어 다이어리가 만든 로맨틱한 남자친구 뱀파이어까지. 지금부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공포에서 매혹으로
1931년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영화에서 벨라 루고시의 드라큘라는 진짜 괴물이었습니다. 그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눈빛만으로 희생자를 지배했는데, 카메라가 그의 눈에 빛을 비춰 더욱 기괴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루고시의 드라큘라는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창백하고 거의 시체 같았으며 망토와 턱시도는 우아하기보다 장례식 같았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그에게 끌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최면에 의한 것이었고 그들은 의지 없이 꼭두각시처럼 움직였습니다. 이렇게 드라큘라를 동정할 여지없는 순수 악으로 그린 것은, 당시 동유럽 이민자에 대한 미국의 불안을 반영한 것입니다. 1958년 해머 필름 버전에서 크리스토퍼 리의 드라큘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196cm의 키에 젊고 귀족적이며 무엇보다 섹시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피를 시각적으로 포착한 방식입니다. 흑백이었던 1931년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선명한 빨간색이 여자들의 하얀 드레스를 적셨습니다. 목을 무는 행위는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거의 성행위처럼 묘사됐고 여성들은 고통이 아니라 황홀경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리의 드라큘라는 루고시처럼 천천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빠르고 공격적이며 동물적인 포식자였습니다. 1950년 작품의 드라큘라는 표면적으로는 보수적이었지만 억압된 욕망을 스크린에 투영했고 관객들은 두려워하면서도 매혹됐습니다. 1992년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게리 올드만의 드라큘라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니었고 비극적 로맨스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코폴라는 원작에 없는 프롤로그를 추가했습니다. 15세기 루마니아의 십자군 전사 블라드 드라큘라는 전쟁에서 돌아와 아내 엘리자베타의 죽음을 알게 되고 신을 저주하며 불멸의 뱀파이어가 됩니다. "나는 세기들을 가로질러 당신을 찾을 것이다." 이 백스토리는 드라큘라를 악한 괴물이 아니라 사랑을 잃은 남자로 재정의했습니다. 400년 후 런던에서 미나 하커를 만났을 때 그녀는 엘리자베타의 환생이었습니다. 젊은 귀족으로 변신한 드라큘라는 바이런의 시인처럼 미나를 유혹하지 않고 구애했습니다. 산책을 하고 뤼미에르 형제의 초기 영화를 보러 가는 평범한 데이트를 했습니다. 1992년 이후 드라큘라는 악당이 아니라 안티히어로였고 괴물이 아니라 비극적 연인이 되었습니다.
2. 피와 섹슈얼리티
뱀파이어가 피를 마신다는 것은 처음부터 성적 은유였습니다. 목을 무는 친밀한 행위와 체액의 교환. 하지만 각 시대는 이 성적 의미를 다르게 다뤘습니다. 1931년 영화는 간접적으로만 연출했습니다. 드라큘라가 여성을 무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돌아서거나 페이드 아웃했고 관객은 목의 상처와 창백해진 여성만 볼 수 있었습니다. 1958년 해머 필름 버전은 훨씬 노골적이었습니다. 여성들은 저항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최면 때문이 아니라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은 뱀파이어가 된 루시(캐럴 마시)를 파괴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관 속의 루시는 거의 신부처럼 아름답게 약혼자에게 손을 뻗었고, 그가 심장에 말뚝을 박는 장면은 폭력적이면서도 성적이었습니다. 뱀파이어가 된 여성들은 순수하고 수동적인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에서 공격적인 포식자로 변했고 그래서 파괴되어야 했습니다. 1992년 코폴라 버전은 AIDS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시대에 만들어졌습니다. 코폴라는 뱀파이어즘을 중독으로 그려냈습니다. 드라큘라의 피를 맛본 루시는 멈출 수 없었고 미나도 처음에 저항했지만 곧 탐욕스럽게 마셨습니다. 하지만 뱀파이어즘을 단순히 악으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선택이자 유혹이며 어떤 면에서는 해방이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 컬렌(로버트 패틴슨)은 거의 선이었습니다. 그는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물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습니다.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즘은 위험이나 저주가 아니라 영원한 사랑의 축복이었습니다.
3. 미나의 주체성
1931년 영화에서 미나(헬렌 챈들러)는 전형적인 희생자였습니다. 원작에서 미나는 드라큘라를 추적하는 핵심 인물이지만 이 버전에서는 겁에 질려 남자들의 보호를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였습니다. 1958년 해머 필름 영화는 미나를 거의 제거하고 루시를 주요 여성 캐릭터로 내세웠는데 그녀도 완전한 희생자였습니다. 이 버전의 여성들은 순수한 희생자이거나 사악한 뱀파이어라는 이분법 안에만 존재했습니다. 1992년 코폴라 감독에 와서야 완전히 달리 해석되었습니다. 그녀(위노나 라이더)는 드라큘라에게 끌린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고 그의 피를 마시는 장면에서도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영화 내내 조나단과 드라큘라 사이에서 갈등했고 결말에서 그를 죽이는 것도 희생자의 행동이 아니라 주체적 선택이었습니다. 저주에서 그를 해방시키는 사랑의 행위였습니다. 2000년대 시리즈들에서 여성 주인공들은 더욱 능동적이 됐습니다. 트와일라잇의 벨라는 인간으로 남기를 거부하고 뱀파이어가 되기를 스스로 원했고 아무도 그 선택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뱀파이어 다이어리의 엘레나(니나 도브레프)는 두 뱀파이어 형제 사이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로맨스의 주인공이었고 True Blood의 수키(안나 파킨)는 뱀파이어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었습니다.
마치며
벨라 루고시에서 로버트 패틴슨까지 드라큘라는 완전히 변했지만 본질은 남아 있습니다. 불멸과 피와 어둠 그리고 금지된 것에 대한 매혹. 1930년대는 외국인 공포를 투영했고 1950년대는 성적 혁명을 담았으며 1990년대는 비극적 로맨스를 그렸고 2000년대는 판타지를 욕망했습니다. 드라큘라는 거울이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봤습니다. 앞으로도 드라큘라는 계속 리메이크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둠에 끌립니다. 위험하고 금지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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