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서해의 바다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여름엔 머드축제로 붐비던 대천해수욕장이지만,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보령은 여름만의 도시가 아닌, 사계절의 도시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을에는 단풍과 낙조, 겨울에는 빛과 축제, 그리고 미식이 어우러집니다. 불빛이 내려앉은 바다와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이 어우러지는 이 시기, 보령의 바다는 계절이 바뀌어도 여전히 여행의 이유가 됩니다.

1. 대천해수욕장, 불빛으로 물드는 겨울의 바다
길이 3.5km의 백사장은 언제나 눈부십니다. 조개껍데기가 부서져 만들어진 조개껍질 백사장은 서해안에서 유일합니다. 머드광장에는 포토존과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고, 갈매기들이 차가운 파도 위를 스치며 겨울의 활기를 더합니다.
매년 12월에는 ‘대천겨울바다사랑축제’가 열립니다. 작년에는 ‘사랑·불빛 그리고 바다’를 주제로 개최되었습니다. 머드광장에서 노을광장까지 이어지는 길에 수천 개의 LED와 전통 한지등이 빛나서 낭만적인 겨울밤이 연출되었지요. 프로그램도 다채로웠는데요, 12월 21일과 24일에는 불꽃쇼가 밤하늘을 수놓고, 알밤 구워 먹기·스노 BBQ체험·산타의 소원하우스 같은 체험 부스도 운영되었습니다. 아직 일정이 공지되지 않은 올해의 축제가 기대되는 까닭입니다.
또한 겨울의 대천해수욕장은 단순히 바라보는 바다가 아닙니다. 머드광장 옆에는 12월부터 2월까지 운영되는 스케이트 테마파크가 열리며, 아이스링크·민속썰매장·튜브슬라이드도 마련됩니다. 최대 15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고, 입장은 무료입니다. 바다 바로 옆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색다른 체험은 다른 해변에서는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불빛이 반짝이는 해변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웃음소리, 그것이 보령 겨울의 정취입니다.
2. 무창포의 신비, 바다가 갈라지는 순간
무창포해수욕장은 서해안에서 가장 오래된 해수욕장이자, 바다가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합니다. 음력 초하루와 보름 전후 썰물 때면 약 1.5km의 S자형 바닷길이 석대도까지 드러나며, 그 장관은 1년에 약 20회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마주하면, 잔잔하던 바다가 조용히 갈라지며 길이 열리는 모습에 모두 숨을 죽이게 됩니다.
바닷길이 열리는 날은 무창포 홈페이지(http://www.muchangpo.or.kr)나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http://www.khoa.go.kr)를 참고하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무창포는 가족형 체험지로도 인기입니다. 갯벌 곳곳에는 세족대와 화장실, 쓰레기통이 정비되어 있고, 체험용 호미·장화·장갑도 현장 대여가 가능합니다. 갯벌은 돌밭이 많아 슬리퍼보다는 장화가 안전하며, 맨손보다는 두꺼운 장갑을 추천합니다. 아이들과 조개를 캐거나 꽃게를 잡는 재미 덕분에 하루가 금세 지나가죠.
매년 가을에 열리는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이 신비로운 현상을 중심으로 꾸며집니다. 올해도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었으며, 횃불을 들고 바닷길을 걷는 ‘바닷길 횃불체험’이 대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낮에는 맨손 고기잡이와 해양 생태 체험이, 공연과 조명쇼가 이어지는 밤 늦게까지 즐거움이 끝나지 않습니다. 바닷길이 다시 물로 덮일 때의 모습까지 보고 나면, ‘자연의 시계’가 가진 질서와 신비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3. 원산도 드라이브와 겨울 미식
2021년 말 개통된 보령해저터널은 보령과 태안을 잇는 길로, 지금은 서해 겨울 드라이브의 핵심 코스로 꼽힙니다. 터널을 통과하면 고요한 원산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개발이 덜 된 섬의 정취가 남아 있으며, 오봉산과 사창해변, 선촌항에서는 바다와 어촌의 풍경이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바다 위로 내려앉는 해무와 노을, 그리고 해저터널의 조명이 어우러질 때, 이곳은 서해의 낭만이 완성되는 지점이 됩니다.
겨울 보령의 또 다른 즐거움은 제철 미식 여행입니다. 천북면 장은리의 굴 단지는 12월부터 3월까지 가장 붐비는 곳으로, 숯불 위에서 입을 벌리는 굴을 바로 따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천북굴은 지방 함량이 낮고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 건강식으로도 손꼽힙니다. 오천항 인근의 간재미 무침은 매콤한 양념과 상큼한 채소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고, 추운 날엔 보령 꽃게탕 한 그릇으로 온몸이 따뜻해집니다.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은 겨울 보령을 대표하는 맛입니다.
찬바람이 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보령을 찾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바닷길을 걷고 체험하고, 아이스링크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해질녘 굴구이 냄새에 이끌려 따뜻한 식당으로 들어섭니다. 가을의 여운과 겨울의 온기가 맞닿은 바다, 보령으로 낭만여행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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